타이페이에서의 둘째 날.
숙소에서 어제 사놓은 간식을 간단히 챙겨 먹고 숙소를 나섰다. 친구와 미리 짜 놓은 둘째 날 루트가 대부분 교통수단을 타고 이동하는 루트라 많이 걷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출발했다. 출반 전까진 오늘의 계획이 지옥문으로 가는 루트였다는 건 꿈에도 몰랐다.
숙소에서 타이페이 메인 역으로 가서 핑시선 티켓을 구매했다. 발권 기계에서 표를 뽑으려는데 영 헷갈려서 옆에 있는 역무원 분께 도움을 요청했다. 역무원분이 티켓을 뽑아 주고 게이트까지 알려주셨다. 게이트에서 지하철 같은 기차를 타고 스펀으로 향했다.
사실 나는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고양이 마을인 허우통을 꼭 가고 싶었지만 일정이 빡빡하기도 하고 같이 간 친구가 별로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아서 허우통을 지나쳤다ㅜㅜ. 다음에 또 대만에 와서 허우통을 가겠다고 다짐하며 스펀으로 향했다. 우리의 계획은 스펀에서 내리자마자 닭날개 볶음밥을 사 먹는 것. 지금은 닭 날개 볶음밥을 여기저기서 팔지만 내가 타이페이 여행을 할 때만 해도 스펀에서만 팔았다. 지우펀에서 내리자마자 사 먹지 않으면 길게 줄을 서야 한다는 후기를 많이 봐서 내리자마자 헐레벌떡 닭날개 볶음밥을 사러 갔다.
닭날개 안에 볶음밥이 들어있는 것도 신기한데 숯불에 구워서 그런지 훈제 맛도 나고 적당히 매콤해서 너무 맛있었다. 간단하게 간식으로 먹으려고 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먹자마자 홀린듯이 줄 서서 또 사먹었다... 결국 점심 식사가 되어버린 닭날개 볶음밥. 나와 내 친구는 풍등을 날릴까 말까 고민했는데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풍등을 날리는 것을 보고 그냥 기념품만 사서 가기로 했다. 핑시선 기차의 배차 간격이 꽤 있는 편이어서 기다려서 풍등을 날리기엔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았다.
기찻길을 중심으로 양 옆으로 풍등 가게와 기념품 가게가 쭉 줄지어있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선물할 미니어처 풍등을 사러 들어갔는데 각 풍등마다 다른 글귀가 써져있고 그림과 색이 각각 달라서 구경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기념품을 사고, 닭날개 볶음밥 두 개씩 해치우고 기차에 탔다. 다음 역은 핑시역. 스펀에서 풍등을 날리지 않아서 시간이 널널했던 우리는 핑시에서도 내려서 구경하기로 하고 핑시역에서 하차했다. 내가 재밌게 본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촬영지로 알려진 장소라 혼자 머릿속으로 그 장면을 되새기며 구경했다.
스펀에 사람이 바글바글한 것과 대조적으로 핑시는 한적하고 여유로웠다. 구경할 건 별로 없지만 조용하게 걷기 좋았고 산속에 있는 마을이라 그런지 나무도 많고 묘한 분위기가 나는 장소였다. 핑시를 대충 둘러보고 기차를 타려고 다시 역으로 돌아왔는데 기차가 올 시간이 한참 남아서 성격 급한 나와 내 친구는 구글 지도를 보고 그냥 걸어가기로 결정했다(지옥의 시작).
20분 정도 걸으면 징통에 도착할 수 있다고 구글 지도에 나오길래 경기도인에게 20분 거리는 껌이지~ 하고 걷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재앙의 시작이었다. 징통까지의 거리는 멀지 않았으나 이곳이 산이라는 것을 망각한 나와 내 친구는 경사진 오르막을 오르며 정신을 놓기 시작했다. 사람도 거의 다니지 않고 차 도 가뭄에 콩 나듯 보이는 곳에서 헤롱헤롱 대며 걷다 보니 드디어 징통이 보였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나와 내 친구는 눈앞에 보이는 카페에서 잠시 앉아서 쉬었다.
산 위에 담쟁이로 둘러싸인 건물과 곳곳에 매달려 있는 대나무들 때문에 마법사의 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스펀이랑 핑시보다 훨씬 좋았다.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마을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우리의 체력은 이미 바닥났고 심신이 너덜너덜해졌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의 팬인 나와 내 친구는 지우펀을 건너뛸 수 없었다. 징통을 뒤로하고 기차를 타고 지우펀을 가기 위해 다시 루이팡 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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