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 여행 2 일차의 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핑시선을 타고 다시 루이팡 역으로 돌아와 지우펀을 가야 했다. 루이팡 역 밖으로 나가면 지우펀행 버스를 탈 수 있다.
버스를 타고 산길을 한참 달려 도착한 지우펀. 높은 산 꼭대기에 위치해 있어 부산의 감천 문화 마을이 떠올랐다.
지우펀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는 곳으로 해가 지면 붉은 등이 켜진다. 비교적 이른 시간인 4시 30분쯤에 지우펀에 도착했기 때문에 많이 북적이지 않았다. 지우펀의 유명 포토 존을 미리 둘러보고 골목을 따라 마을 곳곳을 누볐다.
한두 명이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길 양쪽에 간식과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있었고 그 골목을 따라 구경하다 보면 지우펀의 명소 해열루가 나온다. 사람도 없는데 저곳에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야경을 볼까 고민했지만 해열루 내부가 아니라 해열루의 야경을 보고 싶었기에 들어가진 않았다. 해가 지고 붉은 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갑자기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미 기차여행에서 체력을 다 소진하고 온 나와 내 친구는 그저 빨리 사진을 찍고 돌아가고 싶었으나 엄청난 인파와 좁은 골목의 콜라보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사람들 모두 줄지어 다니고 있었고 사람들을 지나쳐 갈 수 있는 공간은 전혀 없었다. 이게 바로 지옥이구나 싶었다. 습도도 높고 더운데 좁고... 사람들이 앞뒤로 밀고... 체력은 바닥났고 인생에서 가장 극한 상황 중 하나였다. 아름다운 야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사진은 찍고 싶은데 앞으로 나아갈 순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서로 짜증 안 내고 힘내서 인파를 뚫고 나온 나와 내 친구가 대견스러웠다. 지우펀 메인 골목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절에서 숨을 가다듬고 지우펀을 떠나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정류장에 우리처럼 너덜너덜해진 사람들이 많았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가격을 흥정하는 택시기사와 사람들을 보면서 탄산수를 들이켰다. 예쁜 지옥... 지우펀...
지우펀을 뒤로하고 송산 야시장으로 향했다. 지금 같았으면 꿈도 못 꿀 체력.... 어렸으니까 가능한 루트였다. 영혼은 이미 반쯤 빠져나갔지만 야시장을 안 보고 돌아갈 수는 없다는 일념 하에 야시장으로 향했다.
예상보다 야시장의 규모도 크고 화려했다. 볼거리와 간식도 많았고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음식과 사람들을 통해 대만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캐릭터 상품도 많고 기념품도 많고 먹거리도 많아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구경했다. 홍콩 여행 때도 야시장을 가봤는데 홍콩보다 규모도 크고 구경할 것도 많았던 것 같다.
야시장에서 소세지를 사 먹었는데 신세계였다. 향신료의 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못 먹을 정도의 이국적인 향이 났지만 난 고수도 씹어먹는 사람이기에 맛있게 먹었다. 한국에서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소세지였다. 육즙이 흐르고 찹쌀을 섞은 건지 식감은 쫀득쫀득했다. 처음 먹고 반해서 다음날에도 소세지가 보이면 사 먹었다. 비첸향 육포를 뭉쳐놓은 듯한 맛이었다.
야시장을 누비며 간식도 사 먹고 기념품도 사고 체력의 한계가 와서 숙소로 돌아갔다. 지금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할 여행루트였지만 하루를 꽉 채워 알차게 놀고 와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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