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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 대만- 가오슝

2019년 5월 가오슝 (Kaohsiung City) [1]

by Vamos a la luna 2022.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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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호주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오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는 김에 다른 나라를 여행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곳저곳을 알아보다 타이베이를 여행했을 때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대만을 여행하기로 했다. 타이베이는 저번에 갔다 왔기 때문에 다른 지역을 여행해 보고 싶었기 때문에 고르고 고르다 가오슝을 고르게 되었다. 한국에 있던 내 친구와 함께 여행하기로 결정해서 친구는 한국에서 가오슝으로 나는 호주에서 가오슝으로 가게 되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로 지냈고 이미 이전에 여행도 같이 해 본 적이 있어 서로의 스타일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여행 계획을 세우는데 어려움이 없었다(적어도 난 그랬음 ㅎㅎㅎ).
나름 정들었던 멜버른을 떠나기위해 공항에 갔다. 공항에서 여유롭게 있는 걸 좋아해서 비행기 보딩 시간 3시간 전에 도착해서 탑승수속을 밟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멜버른 공항이 크지도 않고 가끔 사람이 몰리면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일찍 도착했는데 공항은 무안할 정도로 휑해서 멍 때리고 앉아있었다. 핸드폰은 이미 해지해놨고 갖고 있던 호주 달러 대부분을 환전해놨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가만히 있다가 지루해져서 혼자 e-티켓으로 탑승수속을 밝으려고 했는데 티켓을 반드시 부스에서 뽑으라는 경고창이 떴다. 이런 상황은 예상 밖의 일이라 매우 당황했고 뭐지 대체 왜??라는 의문을 한가득 안고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티켓을 계속 확인했다. 내 티켓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어째서인지 키오스크로는 수속이 안됐다. 그래서 항공사 카운터에 가서 물어봤는데 직원분이 갑자기 심각해지더니 나에게 따라오라고 했다. 솔직히 굉장히 졸았다. 나 못 가면 안 되는데 친구가 가오슝 공항에서 기다릴 텐데ㅜㅜㅜㅜ라는 생각에 머릿속이 하얘졌고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얼마 전에 호주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이 추방당한 적이 있기에 나도 추방당하며 어쩌지 나 가오슝 가야 하는데;;;;;;하면서 혼란스러워하는 중 직원분이 내 비자를 체크하셨다. 내 비자가 만료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왜 비자를 연장하지 않았는지 비행기 티켓을 편도로 예약했는지 물어봤다. 호주에서 다른 나라로 가는 편도 티켓을 끊고 몰래 들어와 불법 체류하는 외국인이 많아서 경고창이 뜬 거라고 나에게 가오슝으로 갔다가 한국으로 갈 거냐고 물어보길래 내가 호주에 다신 들어오지 않을 거야 네버 에버 포에버라고 간절하게 말했고 내 친구가 가오슝에서 기다린다고 구구절절 설명했다. 친구가 끊어놨던 가오슝-한국행 티켓을 보여주고 나서야 탑승수속을 할 수 있었다. 출발도 안 했는데 정말 진이 빠졌다ㅎㅎㅎㅎㅎ. 그래서 그런지 기내식을 절반도 못 먹고 후식으로 받은 아이스크림이나 먹어야지 하고 먹으려는데 나에게 뭘 준겁니까. 흉기? 진짜 이걸로 누군가의 머리를 내리친다면 살인미수일 정도로 꽝꽝 얼어서 헛웃음이 났다ㅋㅋㅋㅋ. 아이스크림 녹여먹으려고 호호 입김을 불어 먹었다ㅋㅋㅋㅋ

꽂혀버린 숟가락

호주에서 출발해서 중간에 말레이시아에 경유하고 가오슝으로 출발했다.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꽤나 길게 경유하면서 나에겐 매우 익숙한 공항노숙을 하고 떡진 머리로 가오슝으로 향했다. 비행기가 연착된 탓에 예정보다 늦게 공항에 도착했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 호스트분의 아버지가 우리를 공항 픽업해주시겠다고 해서 미리 알려드린 픽업 시간보다 내가 늦게 도착해서 너무 죄송했다ㅜㅜ 그래서 계속 사과드렸는데 한 여름인 가오슝에 털 스웨터를 입고 온(호주는 한 겨울이었다) 나를 동정하셨는지 웃으며 괜찮다고 해주셨다. 너무 죄송했다ㅜㅜ 그리고 숙소 가는 길에 여기저기 알려주시고 숙소에 도착해서도 택시 타면 이 주소를 보여주라며 포스트잇에 한자로 된 숙소 주소도 적어주시고 관광지도 추천해주셨다. 정말 너무 친절하셔서 몸 둘 바를 몰랐다. 다시 가오슝에 방문한다면 반드시 이 숙소를 예약할 거다. 숙소에 머무르는 동안 너무 좋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랑 재회하고 꼬질꼬질한 나를 위해 친구가 씻고가자며 배려해줘서 천천히 준비하고 밖으로 나오니 벌써 점심시간이 지나있었다. 둘 다 음식을 살려고 먹는 사람들이어서 그냥 주변에 있는 맛집을 간단하게 서치 해서 갔다. 지하철을 타고 가려고 했는데 지하철과 기차가 같은 역을 공유하는지 지하철 시스템이 꽤나 복잡해 도저히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래서 역무원분께 물어봤는데 문제는 역무원분은 영어를 못하시고 나는 대만어를 못한다는 사실!ㅎㅎㅎㅎㅎㅎㅎ 헣허... 그래서 번역기를 꺼내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들은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청년이 우리를 도와줬다. 길만 알려줘도 감지덕지인데 역 개찰구까지 친절하게 데려다줬다. 그래 내가 대만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거였다. 일반화할 순 없지만 타이베이에서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여행객인 우리에게 친절했고 도움을 줬었다. 정말 고맙다고 인사하고 친구랑 와 정말 친절하다... 헣허 청년 복 받을 거야~이러며 길을 찾아 식당으로 갔다. 호텔의 한 층을 차지하고 있는 식당이었는데 가격도 비싸지 않고 깔끔해서 좋았다.

샤오마이와 고기완자 그리고 정체불명의 볶음면 요리를 시켜서 정말 흡입하듯 먹었다. 난 원래 고수도 씹어먹는 사람이여서 향에 거부감이 없지만 음식이 친구 입맛에 안 맞을까 봐 걱정했다. 그렇지만 향신료 향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고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나도 친구도 잘 먹었다.

밥 다먹고 슬슬 걸어서 미려도 역에 갔다. 역 내부에 있는 돔 라이트를 구경했다. 역에 성당이 있는 느낌. 스테인드글라스 같았다.

친구와 돔라이트르 보고 오.... 하다가 친구와 커피 마시러 가자~하고 슬렁슬렁 걷다가 눈에 띄는 카페에 들어갔다. 어릴 때 해외여행을 하면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시간 별로 계획을 짜고 맛집을 찾고 관광지를 갔었다. 그러다 보니 여행을 하며 엄청난 피로감을 느꼈고 계획을 꼭 완수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여행을 다 끝내고 집에 가면 즐거웠지만 왜인지 허탈감이 몰려왔었다. 그런 감정을 여러 번 느낀 후로는 여행할 때 시간 별로 계획을 짜지 않고 대략적인 계획만 세운 후 유연한 여행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것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비슷한 여행 스타일을 가진 사람과 함께 할 수 있기에 혼자 여행을 가는 경우가 잦아졌다.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었으나 나와 생각이 비슷한 친구과 함께하는 여행은 이런 부분에서 즐겁다. 대화하며 걷다가 저기 어때? 하고 들어간 카페.

베이커리를 주력으로 하는 것 같았으나 우린 밥을 먹었기때문에 간단하게 커피를 시켜 이층으로 올라갔다.

덥고 습한 가오슝의 날씨는 낮보단 밤에 돌아다니기 더 좋다. 솔솔 부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져 창가 자리에 앉아 밤바람을 맞으며 친구랑 커피를 마셨다.

가오슝에 5일 정도 머물기로 했기때문에 여행 일정이 매우 여유로웠다. 커피 다 마시고 친구랑 숙소에 돌아가면서 편의점, 음식점 위치를 확인하고 슬슬 걷다가 여행 첫째 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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