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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책

가키야 미우 : 70세 사망법안, 가결

by Vamos a la luna 2022.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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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사망 법안, 가결
저자: 가키야 미우
출판사: 왼쪽주머니



나는 어릴 때 조부모님을 좋아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가는 새벽 목욕탕을 좋아했고 초등학생 때는 할머니를 따라 새벽 수영을 다니기도 했다. 11살 때부터 지금까지 대학생 때와 잠깐의 해외 생활을 제외한 시간은 항상 조부모님과 함께 생활했고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을 조부모님과 함께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는 마음 붙일 곳이 필요했는지 전보다 부모님과 우리에게 관심을 더 많이 쏟았고 어느새 머리가 자란 나와 동생들은 그 관심이 부담스러워졌다. 물론 내가 자란 탓도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할머니도 예전과 많이 달라지셨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아이처럼 변한다는 말을 몸소 겪으면서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잘해드려야지 매번 마음을 먹지만 번번이 무너진다. 할머니 입장에선 내가 변했다고 느끼실 수도 있지만 번번히 부딪히는 일이 많아졌고 거의 체념한 상태이지만 여전히 가끔 울컥하는 일이 생긴다. 할머니를 이해하고 싶어서 할머니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려고 노력도 하고 노인 심리와 관련된 책을 읽어봤지만 사실 여전히 모르겠다. 비단 이런 문제는 나의 개인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고령화와 저출생 등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이와 관련된 경제적, 제도적 문제가 발생하면서 그와 관련된 소설도 많이 나온다. 단순히 이건 한국 사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소설 속 일본에선 70세 생일이 지난 노인을 사망시키는 사망 법안이 가결되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다. 이러한 법안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일지만 법은 통과되었고 2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할 예정이다. 과격한 발상의 법안이지만 이 법안으로 인해 누군가는 희망을 누군가는 절망을 느끼는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일본 사회와 한국 사회는 다르기 때문에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나와 다른 입장의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물론 이 책의 결말은 책 제목과는 다르게 극단적으로 끝나지 않았다. 적당히 행복하고 적당히 이해되는 결말이지만 결국 책에서도 명확한 정답은 없는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은 답답했다.

[줄거리 요약- 스포 있음]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모시는 가정주부 도요코는 히스테릭한 기쿠노의 수발을 드느라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 고맙다는 말 대신 갖은 구박과 꼬투리로 힘겹게 수발을 드는 도요코는 70세 사망 법안 가결 이후 끝이 보이는 시어머니 수발 생활에 약간의 희망을 갖는다. 기쿠노의 수발이 너무 힘들어 자신의 딸인 모모카에게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과 함께 기쿠노의 수발을 들자고 도움을 요청했었지만 모모코는 그 제안을 거절한다. 이 사건을 시점으로 모모카는 출가한 후 집에 찾아오지 않는다. 아들 마사키는 좋은 직장에서 퇴사한 이후 집안에만 틀어박혀 가족들과의 교류도 거의 하지 않는다. 남편 시즈오는 회사 일을 하느라 바쁘고 시누이들은 각자의 삶을 핑계로 거동이 불편한 자신의 어머니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기쿠노는 2년 후 시행될 사망 법안으로 인해 삶의 의욕을 잃고 며느리에게 부정적인 말만 쏟아내는 시어머니가 되어있었다. 어느 날 기쿠노를 문병 온 친구에게 사망 법안의 이면 법안이 있어 이면 법안 동의서와 자원봉사를 하면 70세 이후에도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며느리에게 이면 법안에 대해 알면서 왜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냐며 소리를 지른다. 이면 법안의 존재도 몰랐던 도요코는 기쿠노에게 화를 낸다. 게다가 남편 시즈오는 사망 법안을 계기로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친구와 세계여행을 가겠다는 계획을 이야기한다. 남편이 시어머니의 수발을 도와줄 것을 기대했던 도요코는 절망하고 마침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 아이코를 만나며 가출을 결심한다. 남편은 여행을 떠났고 도요코는 가출을 한다. 아이코의 도움으로 방을 구하고 도시락 가게에서 일하게 된 도요코는 제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해 점장의 눈에 들고 자립해 살면서 전보다 즐거운 생활을 한다.
도요코의 가출 이후 마사키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쿠노의 수발을 들게 되고 여행을 떠나 있는 시즈오에게 도요코의 가출을 알리지만 시즈오는 여행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 시즈오에게 도요코의 가출 소식을 들은 친구는 시즈오에게 당장 돌아가라고 설득하고 시즈오는 마지못해 집으로 돌아와 기쿠노의 수발을 든다.
마사키는 할머니의 수발과 우연한 계기로 재회한 친구 지즈루와 노보루와 함께 어울리며 다시 활기를 되찾고 가족과 연락이 뜸했던 모모코도 료이치라는 남성의 도움으로 용기 내 가족을 보러 간다. 이 과정을 통해 가족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변화하게 된다. 도요코는 도시락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여전히  별거 상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남편 시즈오와 간간히 연락하며 가족들을 종종 보러 온다.  시즈오는 어머니를 보살피고 마사키는 지즈루와 노보루와 함께 일한다. 총리는 사망 법안을 폐지하며 사망 법안은 사실 새로운 개혁을 위한 밑거름이었다는 대국민 발표를 하며 고령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안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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