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
저자 : 미야베 미유키
출판사 : 문학동네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를 읽고 주인공의 절망과 절박함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주인공을 응원했던 기억이 난다. 작품에서 주인공의 심리 묘사와 주변 상황에 대한 묘사가 세밀해서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기 쉬웠고 이로 인해 주인공에게 감정적으로 전이되는 기분이 들었다. 작품의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에 능한 것이 미야베 미유키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모방범은 읽기 전부터 이미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었고 유명한 작품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이상한 오기를 부리는 나는 이 작품이 궁금했지만 읽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엔 궁금증을 참지 못해 읽기 시작했고 항상 그렇듯이 유명한 작품은 그 이유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모방범은 총 3권으로 구성된 꽤 부담되는 두께의 작품이다. 하지만 흡입력 있는 전개와 등장인물의 세세한 감정 묘사로 책장이 술술 넘어가서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작품의 길이가 길면 내용 전개가 늘어지거나 질질 끄는 느낌이 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모방범은 긴장감 있는 전개와 다양한 등장인물의 등장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발생하는 사건을 다양한 관점으로 서술하는데 독자는 책의 초반과 중반 그리고 후반의 관점이 이동하여 각각 다른 등장인물의 관점에서 사건을 겪는 느낌을 준다. 관점의 이동과 세세한 감정 묘사를 통해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늘어지는 부분 없이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며 다음 전개가 궁금해져 책장을 계속 넘기게 한다.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우리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소설 속 범죄자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이유를 보여줌으로써 범인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범인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범죄자의 행동을 범죄자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유를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범죄자에 대한 동정심이나 범죄의 정당성을 부여하진 않는다). 소설 속에서 범인으로 의심되었던 사람이 진짜 범인이 아님이 밝혀지면서 진짜 범인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범인이 절대 악처럼 느껴지지만 그와 동시에 유치한 찌질이처럼 느껴지게 묘사한다. 개인적인 작가의 진짜 의도가 드러난 부분이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긴 호흡의 책이지만 촘촘한 스토리와 신선한 내용 전개 덕분에 읽는 내내 긴장하면서 읽었고 정말 재밌게 읽었다. 책을 덮은 후 여러 등장인물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범인을 제외한 등장인물들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드는 책이었다.
[내용 정리 -스포 있음]
강도 사건으로 인해 자신을 제외한 가족 모두가 살해당한 사건을 겪은 신이치. 후견인의 집에 얹혀살며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정신적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살인범의 딸인 메구미가 신이치에게 찾아와 자신의 아버지가 감형받을 수 있도록 증언해달라는 부탁을 하며 신이치를 끈질기게 괴롭힌다. 어느 날 강아지를 데리고 공원 산책을 간 신이치는 히사미라는 여자아이와 함께 공원 쓰레기통에서 잘린 손목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이 찾아 낸 손목의 주인은 20대 여성 마리코. 아버지의 외도로 어머니 마치코와 둘이 생활하는 성실한 여성이었다. 사건 수사가 시작되고 손목 최초 발견자인 신이치는 여러 사건을 겪은 불운한 소년으로 매스컴에 주목을 받는다. 한편,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시게코는 결혼 이후 이전에 기획했던 실종 여성과 관련된 사건을 다시 취재하기로 마음먹고 취재를 시작한다. 사건을 취재하던 중 공원에서 발견된 손목과 자신이 취재하는 실종여성 사건과의 접점을 발견하고 손목 최초 발견자인 신이치를 취재하기 위해 잠복을 시작한다. 신이치를 기다리던 중 메구미를 만나고 시게코는 메구미가 신이치를 찾아온 이유를 듣고 신이치에게 동정하게된다. 시게코는 신이치가 메구미로부터 도망 칠 수 있게 도와주고 신이치에게 취재를 요청한다. 취재 요청에 응한 신이치는 시게코의 여성 실종사건과 손목 사건의 취재를 돕는다. 한편, 마리코의 할아버지 요시오는 마리코를 납치한 납치범의 전화를 받는다. 손녀는 아직 살아있으며 마리코를 살리고 싶으면 자신의 말을 잘 들으라는 납치범의 전화에 요시오는 이 사실을 경찰에 알리고 납치범이 시키는 모든 일을 하지만 결국 마리코는 시신으로 발견된다. 요시오에게 전화를 건 살인범은 마리코에 이어 연속적으로 여성을 살인하고 시신을 보란 듯이 유기한다. 연쇄 살인 사건 수사본부는 여러 정보를 수집하며 용의자를 특정하기 시작한다. 사건의 용의자를 추적하는 도중 외진 산 길에서 자동차 추락 사고가 발생한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사고를 수습하던 도중 차 트렁크에서 시신을 발견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차에 타 있던 가즈아키와 히로미가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급부상하지만 이 둘은 이미 사고로 사망한 상태. 경찰의 수사는 막다른 길에 놓인다. 매스컴에선 이미 가즈아키와 히로미가 살인범이라고 단정 짓고 사건을 보도한다. 매스컴의 보도로 살인범의 가족이 된 가즈아키의 집안은 풍비박산 난다. 가즈아키의 여동생 유미코는 오빠가 누명을 쓴 것이라고 생각하고 오빠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연쇄살인 사건의 칼럼을 연재하는 시게코에게 만나 줄 것을 부탁한다. 약속 당일, 약속 장소에 나가는 도중 유미코는 우연히 가즈아키의 동창이었던 고이치를 만나게 된다. 고이치가 가즈아키는 살인범이 아니라 히로미에게 조종당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자 절박했던 유미코는 고이치에게 오빠의 누명을 벗겨달라고 부탁하며 고이치를 따라 떠난다. 결국 시게코는 유미코를 만나지 못한다. 며칠 후 유미코는 시게코에게 연락해 요시오와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요시오는 만남을 승낙하고 시게코, 신이치, 요시오와 유미코 네 사람은 만나게 된다. 네 사람의 만남에서 소란스러운 운 일이 생기고 이때 고이치가 나타나 유미코를 도와준다. 그리고 이 장면은 매스컴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이 틈을 타 고이치와 유미코는 가즈아키의 누명에 관한 인터뷰를 하게 된다. 고이치의 인터뷰로 시게코는 편향적인 글을 써 가즈아키에게 누명을 씌운 나쁜 사람이 되어있었으며 유미코는 불쌍하게 이용당한 오빠의 누명을 벗기려는 가련한 여동생으로 그리고 고이치는 그런 유미코를 구원해준 구원자의 이미지로 비춰진다. 한편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던 경찰들은 고이치의 수상한 정황을 파악하고 고이치를 몰래 추적하기 시작한다. 시게코 또한 고이치를 수상하게 여기며 개인적으로 사건을 취재한다. 경찰과 시게코는 모든 사건의 기획자가 고이치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를 잡기 위한 계획을 구상한다. 고이치는 자신의 이미지를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 유미코에게 가스 라이팅을 하며 매스컴의 주목을 즐기고 있었다. 고이치의 이런 행동으로 유미코는 고이치를 점점 의심한다. 우연한 계기로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유미코는 자신이 고이치에게 이용당했다는 절망감과 수치심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유미코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이미지에 타격이 올 것을 염려한 고이치는 시게코에게 생방송 토론을 제안한다. 생방송 토론에서 시게코를 이용해 자신은 오빠의 누명으로 인해 절망에 빠져 자살한 유미코의 한을 풀어준 정의의 사도로 거듭나려는 계획을 세운다. 생방송 토론이 시작하고 고이치는 시게코의 유도신문에 넘어가 사실은 자신이 모든 범죄를 설계한 범인임을 자백한다. 고이치의 자백은 생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송출되고 고이치는 결국 경찰에 잡히고 사건은 종결된다.
'일상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병모 : 바늘과 가죽의 시 (0) | 2022.02.19 |
---|---|
구병모 : 위저드 베이커리 (0) | 2022.02.17 |
이희영 : 나나 (0) | 2022.02.13 |
김동식, 김주영, 전삼혜, 홍지운 : 별 별 사이 (0) | 2022.02.09 |
히가시노 게이고 : 갈릴레오의 고뇌 (0) | 2022.02.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