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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책

이희영 : 나나

by Vamos a la luna 2022.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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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저자: 이희영

출판사: 창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짧은 장편소설을 찾다가 읽기 시작한 책이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영혼이 바뀐다던가 몸에서 영혼이 분리되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본다는 설정의 책이나 영화는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있다. 클리셰라고 느껴지는 주제를 갖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가에 따라 좋은 책인가 아닌가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이 책은 좋은 책이다. 좋은 책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나는 책을 읽을 때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는가, 책이 쉽게 읽히는가, 그리고 책을 읽고 난 후 그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남아있는가 라는 기준을 갖고 내 취향의 책과 아닌 책을 나눈다. 이 책의 두 명의 주인공은 각각 다른 환경에서 다른 경험을 하며 살고 있다. 다른 인생을 살던 두 명의 주인공들은 버스 사고를 통해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지만 반응은 매우 상반된다. 주인공 수리는 자신의 커리어, 배경, 이미지를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는 사람을, 류는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지 않고 타인에게 거절하지 못하는 순종적인 사람을 대변한다. 현실에서도 이런 사람들은 흔히 볼 수 있고 나 또한 20대 초반에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수리와 류와 같은 행동을 했었다. 지금은  내가 굳이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 다는 것을 알지만 이걸 알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렸다. 타인의 눈에 내가 어떻게 비칠지 고민하다가 지쳐버린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내용 정리- 스포있음]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두고 달리던 버스가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같은 시간 같은 버스에 타고 있었던 수리와 류는 응급실에 실려간다.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수리와 류의 몸에서 영혼이 분리되고 각자의 영혼은 영혼 사냥꾼 선령을 만난다. 흔히 유체이탈 상태인 수리와 류에게 선령은 몸에 영혼이 없을지라도 생명엔 지장이 없으며 몸은 일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으나 영혼은 일주일 동안 자신의 몸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자신이 사후세계로 데려간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크리스마스 날까지 자신의 몸에 들어가지 못하면 영혼이 소멸해 버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수리와 류는 각각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 수리는 자신의 몸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며 몸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류는 자신의 몸과 떨어져 소멸되기만을 기다린다. 흔히 엄친딸이라고 불리는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는 수리는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아이이다. 시간을 쪼개서 공부도하고 친구들과 놀기도하고 SNS에 멋진 사진을 공유하며 이미지 관리를 하는 수리는 자신의 인생에 미련이 많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몸에 들어가기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수리의 몸은 영혼이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며 결계를 만들어 수리의 영혼은 몸에 접근하지도 못한다. 류는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로 자신의 몸에 들어가는 것에는 관심조차 없다. 이런 둘을 본 선령은 수리와 류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라는 제안을 한다. 수리와 류는 각자 마음속에 갖고 있던 이야기를 타인인 서로에게 털어놓는다. 수리는 류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엄마를 기쁘게 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지금까지 해온 노력이 스스로를 좀먹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류는 동생 완이가 어릴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은 좋은 형, 얌전한 아들이 되었어야 했고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있었던 사건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았지만 그 상처를 치료하지 않고 덮어 두기만 했기 때문에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자괴감을 갖고 살아왔다. 류는 수리와의 대화를 통해 동생의 죽음 이후 감정적 위태로워진 사람은 어머니가 아닌 자신임을 인정한다.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은 영혼이 몸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한 달 후 자신들이 사고를 당한 장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진다. 크리스마스 날 수리와 류는 자신의 감정과 트라우마를 마주 보게 되고 영혼은 몸으로 돌아간다. 영혼이 몸으로 돌아가는 순간 영혼으로서 겪은 모든 일을 잊게 되기 때문에 수리와 류의 약속은 잊히지만 선령의 도움으로 수리와 류는 약속한 장소에서 다시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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